송은 선생 행장(松隱先生 行狀)
공의 휘는 광수(光粹)이고 자는 국화(國華)이며 성은 김씨이고 본관은 신라의 왕족이다. 고려 때 시중(侍中) 방경(方慶)이란 분이 고종(高宗), 원종(元宗), 충렬왕(忠烈王)을 섬겼는데, 그 사실은 사전(史傳)에 갖추어져 있다.
상락군 개국공(上洛郡 開國公)에 봉해져서 안동을 채읍(採邑)으로 받았는데 자손이 마침내 크게 현달(顯達)하였으니 이분이 공에게는 八세조가 된다.
증조부인 자첨(子瞻)은 우리 태종 시대 때 전조(前朝:고려)의 명신 후예라 하여 함길도 감목관(監牧官)을 제수하였는데 받지 않고 집안 식구들을 거느리고 의성(義城)의 사촌(沙村)으로 들어왔다. 조부 효온(孝溫)은 사직(司直)이고 아버지 극해(克諧)는 성화(成化) 연간의 알성과(謁聖科)에 급제하여 문학(文學)으로 행세하였고 청렴개결하기로 소문이 났다.
일찍이 북도의 평사(評事)를 지내고 돌아올 적의 행장(行裝)에 두 자루의 황모(黃毛) 붓이 있었는데 이를 버렸다. 지례현감(知禮縣監)으로 관직을 마쳤다. 현감공은 실로 사중령(司中領) 연안강씨(延安姜氏) 강재(姜載)의 따님에게 장가를 들어 성화(成化) 무자년(1468년 세조14년)에 공을 낳았다.
공은 어릴 적에 총명하였다. 겨우 네 살 적에 여러 아이와 놀고 있었는데 어떤 고객(賈客.상인)이 지나면서 보고 기이하게 여겨 함께 하고자 하여 보주(寶珠)로써 꾀자 이를 물리쳤다. 9세에 소학을 배웠는데 물 뿌리고 청소하며 어른에게 응답하고 어버이를 섬기며 어른을 공경하는 도리를 듣고는 기뻐하여 말하였다.
「이렇게 하면 사람의 구실을 할 수 있다」하고 종일토록 열심히 읽으며 함부로 장난치고 놀지 않았다. 그리고 용모와 말이며 행동거지가 여느 아이들과 달랐다.
평사공이 기특하게 여기며 「이 아이는 성인(成人)의 의도(儀度)가 있다」고 하였다. 하루는 저물녘에 누워 쉬고 있었는데 뱀이 품 안에 떨어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공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옷의 단추를 풀어서 뱀이 저절로 스스로 품에서 나가기를 기다렸다.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특이하게 여겼다.
평사공이 일찍 세상을 버리고 공이 아직 성인이 되기 전에 가문에 대공복(大功服)과 시마복(緦麻服)을 입을 친족이 없었다. 그러나 능히 스스로 경영하여 상구(喪具)를 마련하고 상을 치르면서 예법을 따르는데 어긋남이 없었다. 그리고 삼년상 동안 게을리하지 않고 예법을 과도히 지켜 몸을 해치기에 이르렀다. 이미 장성해서는 도량이 넓고 안온하여 남을 포용하는 아량이 있었다.
사람들이 혹 자기에게 침해함이 있으면 자신에게 돌이켜 스스로 잘못을 찾고 남과 서로 경계를 두지(畛域) 않았다. 평소에 게으른 모습이 없었고 갑작스런 즈음에도 다급한 말이나 얼굴빛을 변하는 일이 없었다.
경정(經典을 두루 읽었고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에도 겸해 통했다. 문사(文詞)와 시장(詩章)이 성대하여 당세에 으뜸이라고 일컬었다. 천성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과거 공부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다.
중년에 어버이 명으로 과시장에 나아가서 홍치(弘治) 신유년(1501, 연산군7)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일찍이 태학(太學)에 유학(遊學)한 적이 있다. 태학에 여러 유생과 거처하면서 의용(儀容)을 단정히 하고 강설(講說)을 게을리 하지 않으니 여러 유생 중에 역학에 대한 의의(疑義)를 질문하고자 하는 이는 모두 공에게 몰려왔다.
이때 무오년(1498, 연산군4) 사화(史禍)의 뒤여서 사대 상황이 걱정스러워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고 여러 성균관 유생에게 읍하고 떠나오니 같은 방에 있던 유생이 과기(科期)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써 공을 만류하였다. 공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점치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운명이 현달하면 수명을 재촉한다 하였으니 어찌 들뜬 영화 때문에 내 수명을 바꿀 수 있겠는가」하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도적을 만났다. 도적이 공을 때리고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서 윽박지르며 해치려 하였으나 공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조용히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희들 또한 하늘에서 태어낸 백성인데 어찌 양심이 없겠는가? 다만 기한(飢寒)에 부대끼어 도적질하고 빼앗으려 속이고 죽이는 것(攘虔)이 부끄러운 줄 모른단 말인가?」 도적 중에 한 사람이 공을 자세히 보고 그 도적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은 여느 사람과 다르다」하고 호위하여 보내 주었다.
공은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집식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얼마 못 가서 사림의 재앙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갑자년(1504, 연산군 10)에 이르러 공의 말과 같이 사화가 일어났다. 이로부터 세상에 관한 일을 사절하고 날마다 옛날 성현의 말씀을 가져다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완색(玩賾)하면서 밤낮 읽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가묘(家廟)를 배알(拜謁)하고 물러나서 문생(門生)과 학자(學者)들과 부지런히 학문을 강론하고 즐기면서 피곤함을 잊었다. 항상 말하기를『 「스스로 속이지 말라(毋自欺)」라고 하는 것은 곧 나의 세 글자의 부적(符籍)으로 평소에 가슴 깊이 새겼으나 능히 실천하지 못하였다』 라고 하였다.
집 주변에 만년송(萬年松)이 있었는데 사지가 구불구불 서리어 몇 이랑을 그늘 지우고 있었다. 공은 이를 좋아하여 항상 책을 가지고 종일토록 그 소나무 그늘 속에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고는 곧 스스로 「송은거사(松隱居士)」라 하였고 혹은 사휴자(四休子)라고 일컫기도 하였다. 또 남산의 산기슭 작은 못가에 서실(書室) 몇 동을 짓고 「영귀정(詠歸亭)」이라고 편액을 걸었는데 정자는 마을 이름이 「점곡(點谷)」이기 때문에 기수(沂水) 가의 뜻에서 취함이 있었다.
따뜻한 봄날 만물이 소생할 적마다 곧 이웃의 벗, 마을의 수재(秀才)들을 데리고 바람 쐬고 시를 읊조리며 돌아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시 증점(曾點)의 즐거움이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가정(嘉靖) 신유년(1561 명종16)에 「노경서회시(老境書懷詩)」를 손수 써서 친·외의 자손에게 보이고 삼 년이 지난 계해년(1563 명종18)에 정침(正寢)에서 세상을 마쳤는데 향년 96세였다.
세상을 떠날 적에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안 석에 기대어서 손가락을 꼽으며 스스로 말하기를 「만족하다」하고 조금 지나서 홀연히 서거하였는데 몸이 생시와 똑같았다.
이 해 아무 달 아무 날에 의성현(義城縣) 북쪽 대산동(大山洞) 건좌(乾坐)의 언덕에 장례를 모셨다. 원근의 인사들이 앞다투어 와서 조문하고 마을의 백성, 현의 아전들이 길을 메우며 영구를 맞아 전(奠)을 드렸다.
공은 천성이 지극히 효성스러워 대부인(大夫人 어머니)을 봉양하되 친히 식사와반찬을 요리하여 뜻에 순종하고 안색을 살피는(順志承顔) 것이 모두 극진하였다. 그래서 대부인이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공의 나이도 이미 노쇠하였으나 거상수례(居喪守禮)함이 종전의 아버지 상례처럼 하였다. 아우 광복(光復)의 처가가 하회이기 때문에 돌아올 날짜를 들을 적마다 반드시 문에 기대어 서쪽을 바라보며 해가 저물어도 식사를 미리 하지 않고 기다려 밥상을 함께 하였다.
아우가 하회로 돌아간다고 하면 문득 걱정하면서 종일토록 즐겁지 않았다. 집안 살림이 가난하여 의식이 넉넉하지 못하였으나 여유롭게 대처하고 입으로 살림살이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평소에 털끝만큼도 구차스러운 행적이 없으니 향린(鄕隣)이 칭송하여 안연(顏淵)의 누추한 골목의 생활에 견주어도 부끄러움이 없을 뿐이라고 하였다. 항상 성광현우(聖狂賢愚의 나뉨에 대해 한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진서산(眞西山)의 심경(心經)을 매우 사랑하여 밤중마다 혹은 맑은 새벽에 이불을 감싸고 맹자의 야기장(夜氣章)을 외우고는 학자들에게 말하였다. 「마음은 본래 허명(虛明)하다 모든 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사물을 접하지 않았을 때 이르러서는 본체가 옛날 그대로 나타난다. 충양(充養)하여 이를 얻게 되면 이 또한 하나의 방심(放心)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되니 혼매(昏昧)하게 마음대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일찍이 십잠(十箴)을 지어 앉은 자리 오른쪽에 걸어 두고는 「마음을 깨우치는 것(警心)이라고 하였다.
그 설은 인륜에 근본하고 행사에 미루어서 수신제가의 법칙이 갖추어졌으니 여기에 나아가서 살펴보면 공의 학문에 대한 대개를 알 수 있다. 평소에 입으로는 남의 장단과 득실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오직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 착한 행실(嘉言善行)을 즐겨 말하였고 쓸데없는 헛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밥 짓는 여종, 거리의 아이들도 익히 듣고 외는 것을 말하였다.
하루는 비가 갠 뒤에 지팡이를 짚고 계정(溪亭)으로 나갔다가 하인들이 길가에서 농사일하다가 호미를 던져 버리고 누워 자는 것을 보고는 공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들이 잠에서 깨어 호미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서야 지나갔으니 그 덕량(德量)이 이와 같았다. 정력이 늙어서도 쇠퇴하지 않았다.
혹 때로 흥취를 당하면 가마로 친구의 집에 들러 시주(詩酒)로 종일토록 창수(唱酬)하고서 집에 돌아오니 보는 이들은 지상선(地上仙)이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공은 전후(前後)로 두 번 장가드셨다. 전 부인은 영양남씨 사인(士人) 치(畤)의 따님인데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다. 아들은 당(溏)인데 참봉(參奉)이다. 딸은 사인(士人) 김순(金珣)에게 출가하였다. 후부인은 순천장씨 첨정(僉正) 일신(日新)의 따님인데 딸 다섯을 낳았다. 사인(士人) 신택(申澤), 충순위(忠順衛) 김처선(金處善), 사인(士人) 김온(金溫), 관찰사 류중영(柳仲郢), 부사 이령(李苓)이 그 사위들이다.
참봉은 외아들 세우(世佑)를 두었는데 통례원 인의(通禮院引儀)이다. 인의(引儀)는 아들 셋을 낳았다. 맏아들은 사원(士元)인데 도산의 문하에 종유하며 선행으로 일컬어졌다. 다음은 사형(士亨)인고, 다음은 사정(士貞)인데 임진왜란 때 장군 곽재우를 따라 왜적 토벌에 공로가 있고 자손들이 번성하여 오늘날 백 여인에 이른다.
운룡(雲龍)은 목사이고 성룡(成龍)은 영의정이고 시호는 문충공(文忠公)이다. 문충공은 덕기(德器)가 심후하였으니 대개 유래한 바가 있다. 역락재(亦樂齋) 김치관(金致寬)공도 공의 외손인데 한 번은 여헌(旅軒) 장 선생을 뵈었을 때 여헌이 사촌 만년송이 잘 있느냐고 묻고 이어서 공의 만년송의 시를 외면서 「이 노인의 가슴 속은 깨끗하여 한 점 속진(俗塵)이 없다.」 숙종 을축년(1615 숙종11)에 의성 고을 선비들이 공의 숨은 덕, 아름다운 행정을 끝내 없어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여 장대원(藏待院) 사당에 제향하였다.
아! 공은 후중(厚重)한 자품(資品)과 정예(精詣)한 학문으로 당시에 베풀어도 마땅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데 어지러운 혼조(昏朝: 연산군 조정)세대를 당하여 유위(有爲)할 수 없음을 알고 기미에 앞서 미리 피하여 세 번의 큰 화망(禍網)을 겪으면서 한 시대의 명현들이 주벌(誅罰)을 받아 거의 없어졌지만 공은 초연히 고상한 행정으로 편안히 단잠을 잤는데, 얼마 못 가서 기러기는 먼 공중으로 날아갔으니 사냥하는 사람이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는가(鴻飛冥冥, 戈人何慕焉) 또한, 현명하다고 할만하다. 공은 이미 임천(林泉)에서 충분히 수양하여 장수를 누렸으니 그 평생 사업이 반드시 두드러져 세상에 전할 만한 것이 있었을 것이나 병화의 뒤 끝에 문자가 산일(散佚)되어 백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
공의 8세손 전 병조의 낭관(郎官) 오응(五應)이 공 내외 여러 후손이 지은 유사(遺事) 기록과 여지승람(輿地勝覺)에 실려 있는 것을 모아 한 편의 책자로 엮어서 나 광정(光庭)에게 부탁하여 편집하게 하고 또 행장을 짓게 한다. 나 광정이 스스로 생각건대 천박하고 비루한 사람이 늙어서도 소문난 바가 없다, 이제 공이 사시던 세대와 수백 년 사이인데 비록 아득히 들은 풍성(風聲)이 있다 하더라도 본디 감히 그리던 상황과 망령된 헤아림으로 병필자(秉筆者)의 깊은 벌을 취할 수 없다.
그러나 다만, 평소 높으신 덕과 크나큰 행적을 사모하던 처지이고 또 지성으로 부탁하는 후손의 청을 굳이 거절하지 못하여 이에 본록(本錄)에 나아가서 이처럼 약간 수정을 가하였고 감히 내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상의 병필하는 군자는 또한 여기에 대해 혹 용서해 주시겠는가?
금상(今上:영조 즉위 15년, 1739) 5월 임자일에 통사랑(通仕郎) 전 혜흥봉사(惠陵奉事) 이광정은 삼가 행장을 짓다.
松隱先生行狀
公諱光粹。字國華。姓金氏。本新羅王族。麗時有侍中方慶。事高宗元宗忠烈王。事具史傳。封上洛郡開國公。食采安東。子孫遂大顯。於公爲八世祖。曾大父子瞻。我太宗世。以前朝名臣後。授咸吉道監牧官。不受。挈家入義城之沙村。王父孝溫司直。考諱克諧。中成化謁聖科。以文行名。廉分。嘗評事北道。歸裝有二黃毛。去之。終知禮縣監。實娶司中領延安康載女。以成化戊子生公。幼明爽。甫四歲。與羣兒游。有賈客過而奇之。欲與俱餌以寶珠則却之。九歲。受小學書。聞灑掃應對事親敬長之說。喜曰。如此可以爲人矣。耽讀終日。不輕嬉遊。容辭擧止。與凡兒殊。評事公异之曰。此兒已有成人儀度矣。一日暮卧憇。蛇墮入懷中。不動。徐解衣紐。俟蛇自出去。聞者異之。評事公早卒。公未及成人。門無功緦之親。而能自經紀庀具。持喪帥履無愆。三年不懈幾毁。旣長。意度恬曠。與人有容。人或有加。反躬自求。不設畛域。平居無惰容。倉卒之際。未嘗疾言遽色。博涉經典。兼通諸子。文詞詩章。蔚爲稱首。性不喜芬華。不屑擧子業。中年。以親命就試。中弘治辛酉司馬。嘗一遊太學。羣居斂容。講說不怠。諸生欲質易學疑義者。咸歸公。時當戊午之後。時象有可虞。不喜久留。一日揖諸生去。同舍以科期挽公。公曰。卜人言命達則年促。豈以浮榮易吾壽哉。遂歸道遇賊。擁公入深谷。迫欲害之。公不爲變。徐曰。汝輩亦天氓。豈無良心。顧迺爲飢寒所逼。不知攘虔之爲可恥耶。賊中有一人熟視公。遽止其徒曰。此非常人。衛而送之。公旣歸。語家人曰。未幾。士林禍復作。至甲子。如公言。自是謝絶世事。日取古聖賢言。潛心玩賾。夜以繼日。晨興拜家廟。退而與門生學子。孜孜講論。樂而忘倦。常曰。無自欺是吾三字符。素所服膺而未能者也。宅畔有萬年松。枝柯盤屈。蔭可數畝。樂之。常携卷終日偃仰其間。卽自號松隱居士。或稱四休子。又卽南山之麓小潭之上。搆書室數棟。扁曰咏歸之亭。以村名點谷。有取於沂上之意也。每春和物暄。輒携隣朋村秀。風詠而歸曰。不知當日曾氏之樂如何。嘉靖辛酉。公手書老境書懷詩以示內外子孫。越三年癸亥。終于正寢。享年九十六。臨終。沐浴更衣。隱几屈指自語曰。足矣。有頃倐然而逝。肌膚如生。以是年某月日。奉柩安于縣北大山洞乾坐之原。遠近爭來吊祭。村氓縣吏塡道迎奠。公天性至孝。奉大夫人。親調饋膳。所以順志承顔者。無不用極。大夫人以天年終。公年已衰。而居喪守禮如前喪。弟光復因婦家河隈。每得來期。必倚門西望。日暮不食。待與共床。告歸。輒悒悒終日不樂。家貧。衣食不給。而處之裕如。口不道營産事。平生無纖毫苟且跡。鄕隣稱之以爲無愧顔氏之陋巷云。常以聖狂賢愚之分。在於一心之存否。甚愛西山經。每夜中或淸晨。擁衾誦孟子夜氣章。語學者曰。心本虛明。至百慮不作事物未接之時。本體依舊發見充養得。此亦一段收放心處。不可昏昧任放去也。嘗作十箴揭坐右。命曰警心。其說本之彛倫。推之行事。修齊之則備具。卽此可知公爲學大槩也。平居。口不道人長短得失。惟古人嘉言善行。喜道之。未嘗虛口。爨婢閭童。亦能習聞而誦之。一日雨霽。杖屨出溪亭。見臧獲服田于路次者。皆擲鉏卧。公不遽前。俟睡起把鋤。迺過去。其德量如此。精力老而不倦。或時値興。肩輿過親故家。詩酒唱酬終日。乃歸。見者稱爲地上仙云。
公前後娶。前夫人英陽南氏。士人畤之女。生一男一女。男溏參奉。女適士人金洵。後夫人順天張氏。僉正日新之女。生五女。士人申澤，忠順衛金處善，士人金溫，觀察使柳仲郢，府使李苓爲其壻。參奉有一子世佑。通禮院引儀。引儀生三子。長士元遊陶山門下。以善行聞。次士亨，士貞。壬辰。從郭將軍再祐。討賊有功。子孫蕃衍。今至百餘人。柳觀察二子。雲龍牧使。成龍領議政。諡文忠公。文忠公德器深厚。蓋有所從來者。亦樂齋金公致寬亦公外裔。嘗拜旅軒張先生。旅軒問沙村萬年松平安否。因誦公萬年松詩而曰。此老胷中灑落。無一點塵累云。肅廟乙丑。一鄕多士。以公潛德懿行不可終泯。享公藏待院祠。嗚呼。公以厚重之資。精詣之學。施之於時。無有不宜。而當昏朝壞亂之世。知其不可有爲。先幾預避。中經三巨禍網。一時名賢。芟夷殆盡。而能超然高蹈。甘眠無何。鴻飛冥冥。弋人何慕焉。可謂又賢矣。公旣肥跡林泉。享有遐年。其平生事業。必有表表可傳者。而兵燹之餘。文字散佚。百不存一。公七世孫前騎省郞五應。以公內外諸孫遺事記，輿地所載。裒輯爲一編。屬光庭序次而爲之狀。光庭自惟賤陋。老而無聞。今距公數百載。間雖有風聲之逖聽者。固不敢懸想妄揣。以取秉筆者之深誅。而顧平日高山景行之思。又不能固拒於至誠之來也。乃就本錄。略加竄定如此。而不敢置一喙焉。世之君子亦或垂恕於此云。
出典 : 訥隱先生文集卷之十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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